나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를 많이 보는 편이다. 아마 비교적 최근의 이슈로 트위치란 이름을 기억하게 된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는 2016년부터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6년쯤 됐나? 하다가 그냥 오버워치의 출시일을 검색했다. 그게 트위치를 보게 된 계기였다. 디아블로3의 엇갈린 평가에도 오버워치는 기대작이었다. 2016년, 블리자드를 싫어했던 어릴 적의 감정은 너무 흐릿해져 있었다. 이젠 나도 대중화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인정하고 있었고. 그래서 베타테스트에 들어가면서 기뻐했던 거 같다. 그리고 나는 곧 경쟁전 점수의 벽에 부딛혀 참고자료를 찾아 나섰다.
그로부터 다시 약 20여년 전, 나는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wolfenstein : enemy territory로 처음 FPS게임을 많이 하게 됐지만 제대로 마우스 그립을 연구하거나 에임 연습을 한 적은 없다. 그 게임은 병종별 차이와 맵 오브젝트의 활용이 잘 어우러져 있었고, 나는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가서 결국 총류탄을 다양한 각도로 잘 쏘게 됐다. 또 경사가 심한 지형을 이용해 박격포를 직사로 쏠 수 있는 장소도 잔뜩 파악했다. 그러고보니 나중에 월드오브탱크를 하면서도 승기가 기울면 '가까이 가서 쏘면 잘맞는다'라면서 자주포를 가지고 돌격하거나 초고각 빽샷 따윌 연구하곤 했는데 전통이 깊은 버릇이었구나 싶다. 아무튼 내가 시작할 때는 이미 고여있던 울펜슈타인:ET에서 썩은물들은 의무병으로 학살을 즐기곤 했다. 웬만해서 근접전에서는 그들에게 털리며 좌절감을 맛보기는 마찬가지였을 테니 전략성을 즐길 수 있는 샛길로 빠졌던 것이 당시의 정신건강에는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버워치를 하는 시점에서는 그걸 후회했다. 결국 오버워치 경쟁전에서 나는 나와 엄청나게 차이나지는 않는 사람들과 상대하며 어린 시절 기초를 소홀히 한 것을 안타까워 했던 것이다. 그 사이에는 어떤 FPS게임을 했을까? 대학생 시절 동기들과 피씨방에서 서든어택을 꽤 많이 하긴 했지만, 그게 내 경쟁심을 그다지 자극하지 못했다. FPS게임을 하긴 했는데 뭘 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했다고 해도 RTS에서나 하던 래더 게임을 구현한 FPS게임을 하지는 않았다. 기껏해야 kda 비율 정도가 지표의 전부였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리그오브레전드의 MMR이 아직까지 엄청난 혁신으로 여겨지고 있을 때였던 거 같기도 하다. 예를 들어서 월드오브탱크의 경우 15대 15에 동접자 문제도 있어서 전차 병종과 티어를 맞추는 데에도 매치메이커가 허덕였다. 그래서 그 게임의 플레이어들은 각종 전투 통계와 승률의 상관관계를 계산한 비공식 레이팅을 참고했다. 그리고 커뮤니티에서는 시도때도 없이 레이팅을 높이기 위한 플레이가 팀의 승리를 저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곤 했다. 나는 이따금씩 레이팅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아무튼 그 레이팅을 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건 너무 귀중한 정보였다. 예를 들어서, 내 뒤에 엑셀런트 레이팅 이상의 플레이어가 있다면 나는 그들을 믿고 이타적으로 행동했다. 그들을 살릴 수 있으면 기꺼이 사지로 나아가는 식이다. 그들은 대개 그렇게 양보된 기회를 잘 활용하니까... 하지만 평균 이하의 플레이어가 있을 때 나는 한없이 이기적이었다. 언젠가 '팀킬을 할 가능성이 높아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쏴야지'라는 주장을 해본 적이 있는데 아마 유니컴이 맞을 가능성이 있으면 쏘지 않았겠지?
다시 오버워치로 돌아가자. 나는 메타를 파악하고 여러가지 팁을 얻으려고 게임 스트리밍을 보기 시작했다. 트위치가 아니라 다음tv팟이었다. 그건 그냥 아프리카tv에 대한 막연한 공포에서 그랬던 것 같다. 트위치는 그다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해외 게임 대회를 보러 간 적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얼마 뒤, 트위치가 공격적으로 타 플랫폼에서 오버워치 스트리머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월급여 식으로 얼마간 수입을 챙겨준다는 얘길 들은 것 같다. 트위치로 옮기는 수많은 사람들을 따라 자연스럽게 나도 시청자의 입장에서 트위치로 넘어가게 됐다. 참고로 최근에 트위치의 서드 파티 도네이션이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 나는 그때 그 서드파티를 서비스하는 회사가 트위치 코리아가 어떤 식으로든 얽혀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트위치 코리아는 서드파티에 친화적이라고 느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려던 트위치가 근냥 좀 무리한 것인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정작 트위치에서 정착한 곳은 구 이말년 현 침착맨의 방송이었다. 당시 그는 주로 하스스톤 투기장 방송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하스스톤 방송을 위주로 보다가, 침착맨이 하스스톤을 안하게 되니까 한동안은 그냥 침착맨과 그 주변인들의 방송만 보러 들어가기도 했고, 작년 초부터는 버츄얼 스트리머를 보기 시작해서 다시 좀 폭이 넓어졌다.
그리고 최근에 rust 스트리머 서버가 열려서 rust 방송이 많이 봤다. 프로그래밍 언어 rust랑은 전혀 관계 없는 게임이다. 나는 rust란 게임을 해본 적이 없지만, 그 게임이 어쩌다 그렇게 진입장벽이 높지만 구경하기엔 괜찮은 게임이 된 것인지는 알 것 같았다. 나는 게임이 가져다줄 새로운 경험에 목말라 있는 편이라 뭔가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해보는 편이다. 그 중 하나가 DayZ였다. 이미 H1Z1같은 좀 더 접근성 있는 게임이 나와있었지만 DayZ를 해본 까닭은 무엇일까? 그냥 스팀에서 더 싸서 그랬나? 아니면 컴퓨터 사양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좀 더 자유도가 높다고 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고. Player Unknown's Battleground는 나오기 전이었다. rust는 대충 pubg의 대척점인 것 같다. pubg는 접근성이 좋고 플레이타임도 상대적으로 짧으며 꽤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게임인데, rust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게임이다.
러스트를 하지 않은 것은 확실히 내 컴퓨터 사양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러스트를 하고 싶었던 적이 꽤 여러 차례인데, 배그가 간신히 할만한 내 PC에서 돌리기에 러스트는 너무 무거운 게임인 것 같았다. 이번에도 같은 이유로 마음을 달래다가 DayZ를 깔았다가 다른 서버에 들어갔다가 40분만에 토할 거 같아서 게임을 지우고 대신 스팀에서 할인하는 subnautica를 샀다. 대충 6시간 이상 그걸 돌려보려고 애썼는데... 시간이 그렇게 길어진 것은 핑 낮은 서버가 없어서 서버를 로컬로 돌리려고 한 까닭이다. 저걸 처음 샀을때도 비슷한 3D멀미를 겪었는데 어찌 같은 실수를 반복했을까? 참고로 Arma2의 최대 주사율은 60Hz라는 것 같다.
옆길로 새서 딴얘기만 잔뜩 써버렸다. 원래 DayZ의 epoch모드를 깔려다가 실패한 이유를 좀 자세히 써볼 생각이었는데 너무 길어졌으니 생각나면 2를 붙여서 새로 쓰든가 해야겠다. 아마 안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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